2005년 신동엽창작상 수상작가 박민규가 3년 만에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발랄한 상상력과 세계인식으로 '핑퐁'은 '창작과비평' 연재 당시 문단과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과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이번 장편에는 연재원고보다 100매 정도를 추가하고, 연재 당시의 흥미진진한 장면들을 더 짜임새 있게 구성하여 서사의 완결성을 높였다. 단숨에 읽게 되는 긴박하고 독특한 스토리 전개, 본문의 형식실험, 작가가 정교하게 그린 5컷의 일러스트, 가공의 작가 존 메이슨의 ?방사능 낙지? 등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액자소설들은 기존의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움과 재미를 더해준다.
세계가 ‘깜박’한 왕따들, 인류의 운명 걸고 탁구를 치다!
주인공 ‘못’과 ‘모아이’는 존재 자체가 눈에 띄지 않는 왕따 중학생들로 늘 돈을 빼앗기고 구타에 시달린다. 이들의 현실은 ‘제발 죽여달라’고 기도하거나 ‘핼리혜성이 지구와 부딪쳐주기’를 바랄 뿐 저항할 힘도 없이 참담하기만 하다. 이들을 괴롭히는 ‘치수’ 패거리는 ‘완력과 폭력, 기만, 조장, 장악, 이용, 조종’에 능하고 원조교제를 사주하는 등 세상의 온갖 악의 요소를 다 갖춘 아이들이다. 이들이 다수결로 운영되는 세계를 대표하는 2%의 인간인 것처럼 활개치는 것이다. 나머지 98%에도 들지 못하고 철저히 무시당하는 주인공들은 무기력하게 폭력에 노출된 상태이다. 기성세대와 세계는 다수에 속한 척 가장하며 허위의식과 속물근성에 물들어 폭력과 부조리를 외면하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상태를 통렬하게 비꼬고 있다. 정말 세계는 잘 돌아가고 있는가, “다들 잘하고 있습니까?” 반문하며 야유하는 것이다.
심하게 얻어맞은 어느날, 주인공들은 벌판의 탁구대를 발견하면서 탁구를 치기 시작한다. 그들이 라켓을 사려고 찾은 탁구용품점 <랠리>의 주인이자 ‘탁구계의 간섭자’인 ‘세끄라탱’은 예정되어 있다는 듯 이들을 탁구계로 안내한다. 인류역사를 쭉 관전해왔다는 그에 따르면 탁구야말로 ‘원시우주의 생성원리’이자 운용체계·씨스템이고, 인류의 역사는 고비 때마다 탁구게임으로 좌지우지되어왔다. 세계대전은 함포를 이용해 탁구를 치는 것이었고, 심지어 지구가 재편된 것도 빙하기 때문이 아니라 탁구경기에서 승리한 두 마리의 이구아노돈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인류는 순전히 운이 좋아 듀스스코어를 유지하고 있다. 인류가 창안한 문명, 철학과 예술, 과학과 종교, 환경보존 등의 대척점에는 거의 같은 분량의 전쟁과 학살, 침략과 정복, 편견과 오만, 범죄와 폭력, 무지와 야만, 환경오염 등이 자리하고 있다. 세끄라탱은 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인류의 씨스템은 이제 과부하 상태가 되었으니 지금이 바로 결판을 내야 하는 때라고 역설한다.
다수의 인류에서 소외된, 즉 ‘세계가 깜박한’ 존재들인 주인공들은 세끄라탱의 지도로 탁구에 매진한다. 이들 앞에 어느날 핼리혜성처럼 커다란 탁구공이 나타나 지구에 안착한다. 그 순백의 공간에서 탁구계의 생물체로 변한 세끄라탱의 주재로 그들의 첫 공식게임이자 지구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탁구경기가 시작된다. 인류로부터 배제된 존재들과 인류의 대표들 간의 게임. 인류의 대표는 ‘스키너 박스’에서 탁구를 배운, 다수의 인류와 마찬가지로 순전히 먹고살기 위해 씨스템에 길들여진 ‘쥐와 새’이다. 주인공들에겐 위인을 불러 대리전을 치를 기회가 주어지는데, 불려나온 인물은 말콤 X와 라인홀트 메스너이다. 인정투쟁에 능숙하고 인간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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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신동엽창작상 수상작가 박민규가 3년 만에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발랄한 상상력과 세계인식으로 '핑퐁'은 '창작과비평' 연재 당시 문단과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과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이번 장편에는 연재원고보다 100매 정도를 추가하고, 연재 당시의 흥미진진한 장면들을 더 짜임새 있게 구성하여 서사의 완결성을 높였다. 단숨에 읽게 되는 긴박하고 독특한 스토리 전개, 본문의 형식실험, 작가가 정교하게 그린 5컷의 일러스트, 가공의 작가 존 메이슨의 ?방사능 낙지? 등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액자소설들은 기존의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움과 재미를 더해준다.
세계가 ‘깜박’한 왕따들, 인류의 운명 걸고 탁구를 치다!
주인공 ‘못’과 ‘모아이’는 존재 자체가 눈에 띄지 않는 왕따 중학생들로 늘 돈을 빼앗기고 구타에 시달린다. 이들의 현실은 ‘제발 죽여달라’고 기도하거나 ‘핼리혜성이 지구와 부딪쳐주기’를 바랄 뿐 저항할 힘도 없이 참담하기만 하다. 이들을 괴롭히는 ‘치수’ 패거리는 ‘완력과 폭력, 기만, 조장, 장악, 이용, 조종’에 능하고 원조교제를 사주하는 등 세상의 온갖 악의 요소를 다 갖춘 아이들이다. 이들이 다수결로 운영되는 세계를 대표하는 2%의 인간인 것처럼 활개치는 것이다. 나머지 98%에도 들지 못하고 철저히 무시당하는 주인공들은 무기력하게 폭력에 노출된 상태이다. 기성세대와 세계는 다수에 속한 척 가장하며 허위의식과 속물근성에 물들어 폭력과 부조리를 외면하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상태를 통렬하게 비꼬고 있다. 정말 세계는 잘 돌아가고 있는가, “다들 잘하고 있습니까?” 반문하며 야유하는 것이다.
심하게 얻어맞은 어느날, 주인공들은 벌판의 탁구대를 발견하면서 탁구를 치기 시작한다. 그들이 라켓을 사려고 찾은 탁구용품점 <랠리>의 주인이자 ‘탁구계의 간섭자’인 ‘세끄라탱’은 예정되어 있다는 듯 이들을 탁구계로 안내한다. 인류역사를 쭉 관전해왔다는 그에 따르면 탁구야말로 ‘원시우주의 생성원리’이자 운용체계·씨스템이고, 인류의 역사는 고비 때마다 탁구게임으로 좌지우지되어왔다. 세계대전은 함포를 이용해 탁구를 치는 것이었고, 심지어 지구가 재편된 것도 빙하기 때문이 아니라 탁구경기에서 승리한 두 마리의 이구아노돈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인류는 순전히 운이 좋아 듀스스코어를 유지하고 있다. 인류가 창안한 문명, 철학과 예술, 과학과 종교, 환경보존 등의 대척점에는 거의 같은 분량의 전쟁과 학살, 침략과 정복, 편견과 오만, 범죄와 폭력, 무지와 야만, 환경오염 등이 자리하고 있다. 세끄라탱은 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인류의 씨스템은 이제 과부하 상태가 되었으니 지금이 바로 결판을 내야 하는 때라고 역설한다.
다수의 인류에서 소외된, 즉 ‘세계가 깜박한’ 존재들인 주인공들은 세끄라탱의 지도로 탁구에 매진한다. 이들 앞에 어느날 핼리혜성처럼 커다란 탁구공이 나타나 지구에 안착한다. 그 순백의 공간에서 탁구계의 생물체로 변한 세끄라탱의 주재로 그들의 첫 공식게임이자 지구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탁구경기가 시작된다. 인류로부터 배제된 존재들과 인류의 대표들 간의 게임. 인류의 대표는 ‘스키너 박스’에서 탁구를 배운, 다수의 인류와 마찬가지로 순전히 먹고살기 위해 씨스템에 길들여진 ‘쥐와 새’이다. 주인공들에겐 위인을 불러 대리전을 치를 기회가 주어지는데, 불려나온 인물은 말콤 X와 라인홀트 메스너이다. 인정투쟁에 능숙하고 인간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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